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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의 새 국왕인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열렸습니다.
이 날, 영국 제국관(Imperial State Crown)을 쓴
찰스 3세의 모습인데요.
영국 국왕의 대관식보다
왕관의 보석에 더 관심이 많으셨던 분들도
많으셨을 겁니다.
이번 글은 영국 제국관의 존재감 대표
스피넬(참정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역사 속 스피넬
왕관의 한가운데에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는
170캐럿의 빨간색 보석
흑태자 루비(The Black Prince’s Ruby)
영국 에드워드 3세의 큰 아들
에드워드 황태자는 백년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웠는데요.
검은색 갑옷을 즐겨 입어,
'흑태자'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흑태자는 1367년 나헤라 전투에서
당시 스페인의 카스티야를 통치하다
왕권을 상실한 돈 페드로를 도와준 승리의 주역으로,
페드로 왕을 복권을 시켜준 대가로
발라스 루비라는 보석을 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루비가 루비가 아닌
'스피넬'이라는 보석입니다.
스피넬은 그 자태와 아름다움을 따져 보았을 때,
너무나 저평가가 되어 있는 보석인데요.
붉은색은 가장 양질의 루비인 피존 블러드,
푸른색은 사파이어와 견줄만합니다.
현대에도 루비와 스피넬의 구분이 어려운데,
당시에는 보석의 특별한 과학적 식별방법이 없었고,
형태나 색깔만으로 보석을 구분했던 때였으며,
심지어 루비와 사파이어가 속해있는 커런덤과
같은 광산에서 산출되기 때문에
루비로 오인될 만도 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광물학자인 로 메드 리즐이
이 두 가지 보석이
완전히 다른 보석임을 알아냈으며,
이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한참을 지나서야
영국 왕관의 '흑태자 루비'가 루비가 아닌
스피넬이라는 보석임이 밝혀졌지요.
오랫동안 두 보석이 혼동되어 오긴 했지만,
스피넬과 루비는 결정구조도 광물의 종류도
다른 별개의 보석입니다.
애초에 다른 보석임을 알았다면,
스피넬의 가치가 이렇게 떨어지진 않았을 텐데,
루비인 줄 알았다가, 가짜 루비 정도로 여겨지니,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현재에는 합성 스피넬이 너무 많아져,
스피넬의 수난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2. 스피넬의 색깔
스피넬은 불순물이 다양하여, 색상도 다양합니다.
스피넬 중, 가장 상품으로 여겨지는 것은
레드 스피넬이며, 블루, 핑크,
오렌지, 퍼플, 옐로, 그린, 블랙 등
다채로운 색상을 뽐내는 보석입니다.
레드 스피넬은 크롬에 의해 발색되며,
철과 코발트가 포함되면
푸른 계통의 스피넬이 만들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스피넬은 투명도가 높기 때문에,
이러한 여러 가지 색상들이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레드 스피넬의 주산지는 미얀마와 탄자니아인데,
이곳에서 산출되는 양질의 레드 스피넬이
아주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밝은 코발트블루의 스피넬은 베트남산이 유명하며,
베트남, 탄자니아, 스리랑카 등도
스피넬의 산지로 유명합니다.
스피넬에서는
천연석에서는 나오기 힘든 네온 빛깔을
잘 보여주는데요.
형광 빛깔이 돌면서,
강렬하고 밝은 스피넬의 색상들이
보석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무색은 다이아몬드의 모조석으로 쓰이고,
하늘색은 아콰마린의 모조석으로 쓰이며,
코발트블루는 사파이어의 모조석으로 쓰이는데,
모조석으로 쓰이기에는
정말 아까운 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스피넬의 보관법
스피넬은 커런덤처럼 열처리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색깔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지요.
투명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도 별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경도 또한 루비나 사파이어를 뒤쫓고 있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주얼리로도 제격입니다.
하지만, 어떤 보석이든
조심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는 법이죠.
스피넬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열과 가까이하면 색이
날아가 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깔,
보석으로써의 단단함,
깨끗하고 맑은 투명함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스피넬의 가치 평가가
아쉽긴 하지만,
언젠가는 스피넬의 가치가
훨훨 날아오를 것을 기대해 봅니다.